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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리뷰] 인스턴트 누들 '판싯 칸톤 Pancit Canton'. 이 낯선 라면을 사먹어도 후회하지 않을까??

아스라이39 2024. 7. 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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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필리핀 누들 '판싯 Pancit'을 처음 먹어본건 위니펙 유학시절 실습을 할 때였다.

당시 같이 일하던 필리핀 출신 직원이 나에게 점심으로 판싯을 만들어서 가져와 줬었는데,

우리나라의 면요리나 일본, 중국의 면요리와는 다른 그만의 독특함이 묻어있었다.

 

 

'판싯'은 필리핀의 볶음국수 요리이다.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판싯 로미, 판싯 팔라복, 판싯 칸톤 등 여러 이름으로 구분되는데,

내가 먹었던 판싯은 자극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수수하고 단백한데 끌리는 맛이었다.

면 특유의 식감도 좋았고, 약간 들어가있는 재료나 생김새로 볼 때,

마치 기름기 적고, 건더기가 별로 없는 국수 면발의 잡채를 먹는 느낌이었다.

 

캐나다에서 살던 중, 마트에서 'Pancit' 인스턴트 제품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반가운 이름이긴 했지만, 사실 사먹기는 부담스러웠다.

가격은 그리 비싼 편이 아니다.

다만, 실제 요리와 인스턴트 제품과의 괴리감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았고,

저거 한 팩에 6개나 들어있는데 맛이 없으면 나머지 5개는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구입하지 않아왔었다.

 

 

 

보통 캐나다에서 볼 수 있는  '판싯 칸톤' 제품은 위 사진에서 상단에 위치한,

'오리지널'과 '칼라만시' 그리고 '칠리만시(칠리+칼라마시)' 세가지 제품이다.

 

지난 주에 같이 근무하는 필리핀 출신 애한테 물어봤다.

판싯 칸톤 인스턴트 누들을 사먹을 생각인데 의견 좀 달라고.

답장은 반가운 이름으로 다가왔다.

인도네시아의 '인도미 미고랭'. 뉴질랜드 워홀 시절 때 전투식량으로 그토록 많이 먹었던 그 라면과 비슷하다고 하더라.

그럼 여러가지 맛 중 어떤 맛을 추천하냐고 물었다.

그 친구가 '칠리만시'를 추천해줬다.

그리고 오늘. 냉큼 사와서 한번 먹어봤다.

 

 

판싯 6개짜리 한팩에 노프릴스에서 3.79캐나다 달러로 팔고 있었다.

판싯 칸톤은 개당 60g으로 안성탕면 하나가 125g인 것을 생각하면 2개는 먹어야 배가 찬다.

 

 

뜯으면 면과 함께 위의 사진에서처럼 세 종류의 스프가 들어있는걸 볼 수 있는데,

인도미 미고랭을 생각해봤을 때 실망적이다.

왜냐면 미고랭에는 스프가 5개 들어가있었으니까.

근데 뭐 맛만 좋으면 이런건 문제될 것이 없지.

맛만 좋으면!!!!

 

 

제조법대로 면을 끓이며 그릇에 스프 3개를 몽땅 넣었다.

난 2개를 해먹었는데,

칠리+칼라만시 맛이라 그런지 건더기 스프로 고추 플레이크가 조금 들어있었다.

...근데 진짜 너무 적게 들어있었다.

이 때부터 '과연 이게 맛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

 

 

3분간 면을 삶고, 물을 따라낸 후, 아까 그릇에 준비해둔 스프와 비벼서 먹으면 된다.

면을 비빌 때 약한 레몬 향이 코를 톡톡 찌른다.

다 비비고서 색이 옅어서 불길했다.

 

 

자아 이게 면발.

일단 입에 대기도 전에 면발에서부터 크게 실망했다.

분명 포장에서 보이는 면발은,

 

 

칼국수 면과 비슷한 면이다.

마치 '마마 라면'이나 '육개장 사발면'의 면발을 기대했는데, 그냥 라면 면발이었다.

식감도 별로였다.

오히려 전분이 덕지덕지 붙었는지 스프의 영향인지, 아주 살짝 끈적끈적한 식감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리고 맛.

아아... 맛도 실망적이야.

5가지 스프로 풍부한 맛을 내는 인도미 미고랭 압승.

대한민국의 라면들 크게 압승.

 

심심한 맛이다.

원래 요리 판싯도 심심한 맛이긴 하지만,

요리 판싯에 있는 담백함이 인스턴트 누들 판싯에서는 느끼함으로 변모했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

인스턴트가 아니라 실제 요리 판싯은 훨씬 더 맛있다.

부드러운 맛과 식감에 은은한 향이 더해져 거부감이 1도 안든다.

근데 인스턴트 누들 판싯은 강력하게 비추한다.

 

다음에 판싯을 먹고자 한다면,

사먹거나, 필리핀 애들한테 조리법을 듣고 만들어먹어야겠다.

 

아... 그나저나 남은 4개 진짜 어떡하냐.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라서 그냥 누구 주던가, 이사갈 때 남겨두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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