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마지막 인생정리 글인듯 하다.
이후로는 영등포 호텔에서 일하다 캐나다로 왔으니까.
2020년 초 영등포 호텔에서 몇달동안 근무하기 전, 제주에서 두달동안 생활했다.
이제 고국을 떠난다는 생각에 뭔가를 하고 싶었고, 그 중 하나가 한달살기. 아니, 기왕이면 몇달동안 살아볼 요량으로 제주로 떠났다.
하지만 여러 불행이 겹쳐 결국 일찍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고, 음..... 제주에 대한 나쁜 인식을 많이 얻고 돌아왔다.
한달동안은 좋았다.
아, 그래서 다들 여기저기 한달살기를 하는건가?
새로움을 만끽하기에는 한달이 적정선인건가?
제주에서의 한달동안은 날씨도 좋았고, 아직 앞으로의 일정을 일구어나갈 희망과 설렘이 있어 좋았다.
그리고 제주의 많은 관광지들도 돌아봤는데, 확실히 고등학생 시절 졸업여행으로 왔을 때나, 몇몇 친구들과 함께 놀러 왔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이 새로운 느낌은 또한 혼자서 여행하는 것, 혹은 여행이 아닌 거주를 하는 것에 대한 매력일거라 생각한다.
먹어본 것도 많다.
군생활을 제주에서 한 친구가 추천해준 굴국밥. 이게 가성비로 따졌을 때 최강이었다.
하나 9000원짜리였는데, 국밥치고는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굴이 무지막지하게 들어가있어서 좋았다.
국물도 끝내줘서 후회없는 한끼를 먹기에 충분한 집이었다.
상호가 김명자 굴국밥집인데, 서울에도 체인이 있더라.
...과연 맛이 제주본점과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체류기간동안 제일 맛있던건 겨울방어였다.
확실히 와아.... 친구랑 둘이 갔는데, 둘이서 소주 7병까고 헬렐레해서 돌아왔다.
괜히 겨울방어 겨울방어 하는건 아니었지만, 비쌌다.
코스식으로 나와서 여러 부위를 먹을 수 있었고, 사장님이 부위에 대한 설명도 해주셨다.
으~ 또 먹고 싶다~
제주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먹은건 한솥도시락.
사랑합니다. 고등학교때부터 사랑했어요.
무난한 가격에 한결같은 그 맛. 치킨마요. 사랑해요.
고기국수. 가성비는 나쁘지만 제주 먹거리에서 빠질 수는 없지.
뭐 그랬다.
제주에서의 생활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진작부터 들었다.
한 보름정도 됐었나? 구직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도 서울에서 왔다는 이유때문에 그리 달가운 취급을 받지는 못했다.
아마 오래 일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겠지. 그 생각은 정답이지만.
특히 호텔ㄷㅇ이라는 신제주에 있는 호텔에 지원했는데, 면접자가 무척이나 오만하고 비꼬는 말투로 나를 대하더라.
.... 그자식때문에 수많은 친절한 제주인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라는 섬 자체가 싫어졌다.
물론, 이외에도 제주에서 짜증나는 경험을 많이 했다.
이건 제주 외곽으로 향할수록 심해진건데, 가게 주인들이 무례했다.
인사를 해도 무시. 돈을 줄 때도 무시. 이게 제주의 문화인지는 모르겠는데, 난 무지 기분나빴다.
하지만 면접봤던 그자식이 제일 무례했고, 그 때의 인상이 제일 강해서 다른 사람들은 생각나지 않고, 호텔ㄷㅇ만 생각나더라.
그리고 제주의 40~50대 중년들은 무례하다는 편견을 갖게 되었다.
여튼 뭐. 그 외에도 구제주의 탑동에 있는 호텔에서 일할 수도 있었는데, 거주지 위치선정을 잘못한 탓에 출근에 애로사항이 생겨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근데 이것도 그냥 일할 수 있었다는 가능성만 있었음. 뭐하나 구체적인 것은 없었다.
그리고 단기알바로 행사 전시설치알바 한번 나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그렇다고 제주에서의 두달을 밍기적거리며 허비할 수는 없었다.
실패한건 실패한거고, 이것은 이민가기 전의 마지막 여행이었다.
큰 맘먹고 온 제주인만큼 나는 즐겁거나 행복하거나 보람차야했다.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다..
..... 제주올레길 돌았다. 제주를 한바퀴 돌았다.
한달내로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이것때문에 한달을 더 소비하여 두달동안 있었던 것이다.
제주 올레길은 총 27코스로 제주도를 한바퀴 돌 뿐만아니라, 추자도, 가파도, 우도와 같이 지선코스도 있었다.
그리고 이걸 도는데에 두달이 걸렸다.
두달동안 스트레이트로 돈건 아니고, 하루 갔다가, 지쳐서 다음날은 쉬고, 비오는 날은 쉬고 그랬다. 거주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그리고 하루에 웬만하면 두코스씩 돌았는데, 이게 힘은 좀 들더라도 시간을 아끼기에 좋았던 것 같다.
아예 숙소를 그때그때 발자취에 따라 옮기며 제주를 한바퀴 돈다면 시간을 많이 아꼈겠지만, 나에게는 제주시에 숙소가 있었다.
애시당초에 올레길을 돌러 제주에 온 것이 아니었으므로, 이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 코스 당 평균 4시간정도 잡았던 것 같다.
두 코스씩 돌았으니 아침 7~9시에 시작하면 오후 3~6시사이에 끝났다.
오전의 첫코스는 발걸음도 경쾌하고 힘이 남아서 사진도 많이 찍고 볼거리도 많이 보고 그랬다.
그리고 오후코스에서는 힘들어서 억지로 걸어다니며 사진도 잘 찍지 않았다.
아, 예외적인 코스만 빼고.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올레길 6코스부터 10코스까지가 상당히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이 때에는 힘들어도 즐겁게 걸을 수 있었다.
올레길 11코스는 강력하게 비추한다.
볼거리가 마지막에만 곶자왈이 있을 뿐, 그저 콘크리트 논길을 가는게 대부분이었다.
올레길 외에도 성산일출봉에도 가고, 한라산에도 갔다.
일출봉은 올라갈 때마다 다시는 올라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데, 막상 나중에 그 근처를 지나갈 때면 다시 올라가게 된다. 후회의 굴레.
한라산은 이번에 처음 올라갔는데, 두번이나 올라갔다.
한번은 친구가 왔을 때, 한번은 사촌동생이 왔을 때였다.
그래도 제주에서 일정기간 머문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놀러오는 애들이 있더라.
사촌이랑 먼저 갔는데, 성판악으로 올라갔다가 관음사로 내려왔다.
...관음사 루트는 얼씬도 하지 말자. 험하고 위험하고 오래된 루트라 낡고 해져있다.
그리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곳도 크게 몇군데가 있어서 힘들다.
잔잔히 올라가다가 마지막에 가파르게 올라가는 성판악이 훨씬 쉬운 코스이다.
제주를 일찍 떠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캐나다 유학준비였다.
제주에서도 유학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내려오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신체검사만 하더라도 서울병원이나 부산 백병원에서만 받을 수 있더라.
그 외에도 요새는 '바이오 메트리'라고 해서 캐나다에 가기 전에 생체인식을 해야하는데, 이 또한 서울에서 해야할...거다. 정확하진 않음.
결론적으로 모든 것을 알아버린 지금의 내가 생각하기로는, 제주에서는 한달이나 두달살기가 가장 이상적이었으며, 일할 생각은 하지 말고 빡세게 움직이며 여행했어야 했을 것 같다.
뭐 지난 일이지만. 여튼 나의 제주생활은 이렇게 끝났다.
집으로 돌아오니 곧 새해였다.
주위 사람들에게 새해인사를 올렸다.
전에 일하던 호텔의 과장님과 소장님께도 인사드렸다.
어 그래. 외국이니?
아니요. 4월에 나갑니다.
내일부터 출근해라.
네.
뭐 이런 대화를 하고.... 두달동안 제주에서 그렇게 일을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서울에 오니, 문안인사 한방에 취직이 되네. 어휴.
.....그립구만. 나의 짧은 제주생활. 그리고 영등포 호텔.
당시 SNS에서 핫했던 갯깍주상절리 동굴.
사촌이랑 갔었는데 사람들이 사진찍으려고 줄을 서서 대기하더라.
뒤에 서있던 사람이 앞사람을 찍어주고 하는 여행객들의 선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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