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이

뭐 어떻게든 삽니다.

In Canada.

35세까지의 인생정리

[인생정리24][유럽3차여행6] 진정한 가격파괴. 미녀의 나라. 고풍스러운 우크라이나 여행.

아스라이39 2021. 3. 10. 04:39
반응형

우크라이나에서 제일 인상적인게 저렴한 물가였다.

2014년 크림반도사태 이후로 우크라이나 화폐 흐리브냐의 가치가 3분의1로 떨어졌다고 하던데, 우크라이나를 여행했던 2017년 겨울까지도 화폐의 가치는 복구되지 않았었다.

즉, 모든 것이 저렴했다.

음식은 물론이고 숙박비 역시 부담스럽지 않았고, 야간열차를 이용할 때에도 2인실 침대칸으로 안락하게 이동했다.

그렇다고 음식이 부족하느냐, 볼거리가 없느냐, 아니었다. 우크라이나는 볼거리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은 아름다운 광활한 영토의 나라였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많은 한국인들이 찾아갈 것 같은데, 이동편이 곤란한지라 먼 나라. 여행하길 강추하는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Ch1. 드디어 우크라이나. 해양도시 오데사.

 

 

 

 

기동전사 건담에서 오데사가 쑥대밭이 되는데, 이 오데사가 그 오데사라는 것은 한참 후에나 알았다.

어쨌든 낯설면서도 낯익었던 그 곳 오데사. 그리고 불가리아 바르나에 이어 다시 한번 맞이하는 흑해다. 

그리고 바르나와 마찬가지로 여긴 여름에 더 빛났을 것 같다.

날씨도 우중충하고 공사중인 곳도 많았던 오데사는 내가 방문했을 시기에는 그다지 매력적인 면을 면밀하게 볼 수 없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크림반도사태 이후로 우크라이나 경제가 파탄났다고 하더니만 과연 그랬다.

모든 물가가 저렴했다.

대략 루마니아의 물가와 비슷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를 돌아다니는 내내 너무 흡족한 여행을 했다.

 

숙소에 도달하니 정전상태였다.

그래서 카드기가 작동이 되지 않아 계산은 좀 이따 전기 들어오면 하기로 했다.

근데 그 프론트스태프가 나를 믿겠다며 이따 꼭 계산해달라고 하더라.

...

아니, 체크인한 이상 당연히 페이를 하는거지 뭘 의심하는거냐.

이건 딱히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뭐지?하는 느낌이며 궁금했던 것 같다.

 

우크라이나는 미녀의 도시라고 했나.

오데사도 마찬가지였다. 예쁜 사람들 많이 봤다.

오데사의 시내에 있는 스시집에서 밥을 먹다가 화장실에 갔다.

그리고 볼 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파란 기모 자켓을 입은 금발의 여자애가 나한테 웃음을 보냈다.

심장 멈추는 줄 알았다. 난 서양인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않는데, 얘들은 너무 예뻐.

아니... 정교회 성당의 아이콘마저도 미인분이 계시더라.

우크라이나 여행 완전 강추합니다.

 

의외로 사람들이 친절했다.

앞서 언급한 프론트 스탭도 친절했고, 식당에서도 모두 친절하게 대해줬다.

특히 통신사에서 우크라이나 통신을 개통할 때, 직원이 나에게 매우 관심을 갖더라.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거기 5G지? 여긴 아직 3G야...'하면서 멋쩍어하는데, 

저기요 님아... 저는 예전 3G가격에 그 서비스로 돌아가고 싶어요.

 

겨울철의 해양도시는 역시 할 꺼리가 별로 없었고, 시내를 활보하고, 망가진 신발도 사고, 전통시장을 돌아다니고, 바다를 구경하며 그렇게 오데사의 별 볼일 없는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우크라이나의 남부 오데사에서 서부 리비브까지 야간기차 침대칸을 이용했다.

옆에는 폴란드 청년이 머물렀는데, 의대생인 것 같았다.

한국은 의대생이 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폴란드는 돈이 거의 안든다는 대답을 한 것 같다.

놀랍게도 거짓말같이 안부러웠다.

 


 

Ch2. 예술의 도시 리비브. 성공적인 여행은 계속되고.

 

 

오데사에서 11시방향으로 하룻밤동안 기차를 달려 이른 아침에 리비브 Lviv에 도착했다.

자국으로 향하는 폴란드 청년과 빠이빠이하고 역사로 나오니 붐비는 승객들의 활기찬 분위기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하지만 그런 내 기분과는 달리 숙소로 가는 길의 도보가 울퉁불퉁해서 짐을 끌고 가는데 굉장히 애먹었었다.

역에서 그렇게까지 멀진 않았던 숙소였는데도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더라.

물론 길이 좀 더 좋았으면 좋았을테지만, 그만큼 옛 것을 고스란히 간직한 동네라는거겠지.

 

처음으로 오페라하우스에 가서 공연을 보았다.

리비브 역시 지금까지의 다른 여행지와 마찬가지로 옛 유럽의 올드타운에서 지냈지만, 여긴 예술이 가미된 뭐랄까...

예쁜 유럽? 웅장하고 고고함이 숨쉬는 예술의 도시였다.

 

특히 리비브부터 구소련국가의 전형적인 식당방식인 배식형 식당을 애용하기 시작했는데,

우크라이나의 살인적으로 저렴한 물가에 풍족하게 먹고 즐기며 돌아다닐 수 있었다.

진짜 이번 여정에서 먹을 걱정은 없이 돌아다녔는데,

서유럽과 북유럽 위주로 여행했던 1,2차 유럽원정과는 상이하게 다른 여행양상이었다.

 

관광지구에서는 역시나 유럽의 여느 나라들처럼 옛 교회들이 즐비했고, 고풍스러웠다.

리비브에서의 시간은 즐거운 나날이었다.

 

 


Ch3. 사랑의 터널로 가는 길목 리브네 Ribne.

숙소에 도착하니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숙소 입구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었다.

하지만 숙소는 깔끔했고, 광장이 바로 보여 뷰도 좋았으며 만족스러웠다.

리브네는 관광의 도시라기보다는 현지인들의 거주지 습성이 더 강한 것 같았다.

하긴... 사랑의 터널로 가는 길이 아니더라면 굳이 여길 방문할 관광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터널로 가려면 '클레반 Klevan'이라는 곳으로 가야하는데, 클레반은 리브네의 옆동네다.

 

 

리비브에서 본 오페라 공연이 간이식이었다면, 리브네에서 본 공연은 본격적이고 대중적인 공연이었다.

난 뭐 어떤 장르의 공연일지 감도 안잡히고 그냥 무턱대고 봤었는데, 뮤지컬이었다.

오페라하우스에서 하는 무대는 뮤지컬이구나... 이 때 처음 알았다.

우크라이나의 파격적인 물가가 없었다면, 이렇게 한번 찔러보는 듯한 액티비티는 하지 못했겠지.

역시 너무 좋아. 우크라이나.

 

 

물론 목표였던 사랑의 터널도 방문했다.

하지만 겨울철 흐린 날씨의 사랑의 터널은 지저분하고 을씨년스러웠다.

나무에 걸어놓은 저 형형색색의 종이쪼가리만 없었다 하더라도 미세하게나마 더 나았겠지.

클레반 역에서 사랑의 터널까지는 몇십분 걸어야했는데, 현지인들이 날 엄청 신기하게 쳐다봤었다.

 

 

아 여러모로... 여름에 왔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역시 아일랜드 워홀을 3월까지는 어거지로라도 했어야 했나 어휴.

 


 

Ch4. 얼어죽을 뻔했던 키예프. 웬 눈폭풍이 그렇게 내리냐...

 

 

농담아니고 진정 얼어 죽을 뻔 했다.

진짜 추운 나라들을 얕보면 안된다.

한달 전인가 지금 머무는 위니펙에서도 얼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키예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키예프에서 저녁에 시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데 눈폭풍에 앞이 보이질 않더라.

자연스레 인적도 드물었고, 아이폰을 쓰는 지라 추운 날씨에 배터리가 광속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비슷한 건물들 거리들 그리고 자취를 감춘 사람들....

분명 숙소가 이 근처였는데? 하며 숙소 근처를 배회하다 결국 날씨를 이기지 못하고 아무 까페나 찾아 들어갔다.

 

까페에서 폰을 충전하여 지도와 GPS를 확인하니 내가 숙소 주위를 뱅글뱅글 돌고 있었더라.

카페 점원이 거스름돈을 제대로 주지 않았지만, 쓰러지기 직전에 들어갔던지라 별 불만을 품진 않았다.

기운도 없었거니와 까페가 내 발길닿는 곳에 있어줘서 고맙기도 했다.

 

무료 뚜벅이 투어를 하면서도 눈폭풍은 계속 되었다.

초반에는 그저 흐린 날씨의 키예프를 걸으며 키예프의 역사 이모저모를 들었는데, 결국 날씨에 못이겨 가이드와 관광객들이 근처 식당에 들어가서 다같이 식사를 함께 했다.

거듭 말하지만, 여긴 물가가 파탄난 우크라이나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더라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식사를 하며 각자 자기 이야기를 하며 담소를 나눈다.

내차례가 왔다. 내가 곧 러시아횡단을 할거라니까 주위 사람들이 사뭇 놀란다.

...너네 유럽인이잖아. 동유럽인. 추위에 익숙한 니들이 왜 그리 놀라고 그러니?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겨울에? 시베리아를? 이라고 계속 반문한다. 그럼 지금이 겨울이지 여름같니.

여튼 오늘이 마지막 활동이라는 그 가이드와 어둡게 사진을 찍고 빠이빠이했다.

 

키예프.

괜찮은 동네다. 살만한 동네다.

거리 곳곳이 예쁘고, 화려한 정교회의 성당들은 눈을 즐겁게 해준다.

푸니쿨라도 있어서 매력적인 교통수단을 경험할 수도 있다.

구소련 쪽의 전철역은 아방가르드하고 웅장하여 보기 좋다고 하더니만, 불가리아부터 꽤 인상적이었다.

이쪽 문화의 지하철역은 낭만이 있다.

그리고 엄청 깊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3군데의 도시에 있었고, 리브네까지 합하면 4군데를 머물렀다.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하나같이 괜찮았고, 살아봄직한 곳들이었다.

만족감이 흘러 넘쳐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런 여행이 계속 된다면 나야 땡큐지!

 

이제 대망의 러시아다.

키예프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국제선 열차를 타고 야간에 이동했다.

이 또한 신선한 경험이었다.

왜냐면 쉥겐조약 국가 이외의 국가이동을 열차로 하는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차를 타고 유럽의 여느 국가들을 마치 한 나라처럼 이동할 때같이 쉽지는 않겠지.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어떻게 입국심사를 할까?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과 지식으로 받아들여지겠지.

너무 설렜다.

 


 

 

근데 그 좋은 키예프에서도 열차 티케팅은 끔찍했다.

내가 빨리빨리의 민족이라 그런지, 여기가 느릿느릿의 민족이라 그런가.

국제선 예약티켓을 현물로 바꾸는데에 1시간은 걸린 것 같다.

예약티켓만 들고 타도 무사했다는 썰이 있었지만, 정식으로는 역에서 예약티켓을 현물로 바꿔야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