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이

뭐 어떻게든 삽니다.

In Canada.

캐나다 여행/재스퍼 2023. 10

[재스퍼9] 재스퍼 5일차. 휴가 끝. 에드먼턴 귀환. 지갑분실. 정신 안차리냐.

아스라이39 2023. 10. 10. 06:49
반응형

재스퍼 다운타운 호스텔에서 이번 짧은 휴가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예약을 일찍 해서 그런지, 그리 이른 시간에 체크인하지도 않았는데, 게다가 no vacancy였음에도 아래쪽 침대를 배정받아서 좋았다.
역시 나는 호스텔이 좋다.
재스퍼 파크 랏지에서 럭셔리한 2박을 보내긴 했지만,

도미토리 침대에 엎드려서 컴터 두드리니까 제일 행복하더라.

역시.... 사람은 주제를 알아야 해.... 페어몬트는 무슨. 몸이 호스텔에 반응하는군.

재스퍼 다운타운 호스텔에 대한 포스팅은 아래의 링크로.

 

https://qkr33939.tistory.com/513
 

 

[숙소][캐나다][재스퍼] '재스퍼 다운타운 호스텔' 재스퍼 가장 효율적인 숙소. ★★★★☆

재스퍼 다운타운 호스텔은 진짜 이름 그대로 재스퍼 다운타운에 위치한 호스텔이다. https://jasperdowntownhostel.ca/ Jasper Downtown Hostel The Jasper Downtown Hostel has private rooms and dorm rooms in a central location for e

qkr33939.tistory.com

 

신발을 벗으니까 발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망할. 이거 전에 비올 때 신고 다녔던 신발인데, 역시나 냄새가 배어버렸구나.
재빨리 침대 바닥 깊숙히 밀어버리고 냄새가 나지 않길 기원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기상하여 내 수치스러움이 괜한 걱정이었음을 깨달았다.
새벽 5시 반. 
아침에 조심스레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남들이 깨지 않게 살금살금 나오는데, 온통 냄새가 쩔더라 ㅋㅋㅋㅋ 아니 무슨 미친 ㅋㅋㅋㅋㅋㅋ 다들 온종일 물가에서 뛰놀다 들어왔나 ㅋㅋㅋㅋ
 
여튼 진짜 떠날 시간이군.
안녕 재스퍼! 살면서 다시 올지는 모르겠다!!!
 
 
호스텔에서 나와 에드먼턴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재스퍼 어드벤처 센터로 향하던 중.
 

 
아니 왜 또 ㅋㅋㅋㅋㅋㅋ
너 또 왜 여기 있냐 ㅋㅋㅋㅋㅋㅋ
너무 흔하게 보이잖아 ㅋㅋㅋㅋㅋ
처음 봤을 때의 내 감동 물어내 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대자연도 아니고, 숲도 아니고 호수도 아니고 그냥 마을 한가운데에 엘크가 떡하니 보이네 ㅋㅋㅋㅋㅋㅋㅋ
 
뿔이 달린게 수컷일테고, 뿔 크기가 작은게 어린 수컷인 것 같던데 무리는 어디가고 왜 너 혼자 여기있니?
한참을 또 그렇게 눈싸움을 하다가 조금 접근하니까 엘크가 일어나버린다.
방해하는 것 같아 괜히 미안해서 자리를 떴다.
 

 
인간들 참 말 드럽게 안듣는다.
버스 픽업자리라고 정차하지 말라고 해도, 팀홀튼 앞이라서 차들이 계속 불법정차를 한다.
에드먼턴으로 가는 선독 버스가 도달했을 때에는 마땅히 파킹할 자리가 없어서 길가에서 나를 태웠다.
안에는 이미 재스퍼 어드벤처 센터로 오기 전 호텔을 돌면 픽업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4시간을 달려서 에드먼턴에 도착하긴 했는데...
 
아.... 망할....
 
웨스트 에드먼턴 몰을 지나 버스를 타러 가던 중. 뒷주머니를 만지는데 지갑이 없었다.
 
설마. 아니겠지. 이런 생각도 안들더라.
놓고 내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명치 깊은 곳에서 뜨거운게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와 진짜 생생히 기억함. 어질어질했던 그 느낌.
 
그리고 드는 생각.
지갑 안에 뭐가 들었더라.
현금 25불이랑 영주권, 면허증, 직원카드, 신용카드, 데빗카드, 보험카드 등등등.
아아아아 망할!!!!!!!!! 언제 저거 전부 다 재발급받냐!!!!!!!!!!!! ㅠㅠㅠ
당장 은행 앱으로 들어가서 신용카드부터 잠궜다.
 
그 후 선독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서 나 지갑두고 내렸다고 전했고, 선독 사무실 직원은 버스기사와 통화 후 연락을 준다고 했다.
다행히 버스기사가 지갑을 찾았고, 저녁에 다시 재스퍼로 돌아가면서 오후 4시에 웨스트 에드먼턴 몰에 들를테니까 그 때 받아가라고 하더라.
아아아아아 진짜 다행이야!!!!!
 

 
가방에 동전주머니를 두고 있어서 아주 다행히도 버스타고 집에는 갈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처음으로 캐쉬로 버스를 타는 거였다.
에드먼턴에서 버스티켓도 처음 받아왔는데, 이거 옛날에 위니펙에서 버스기사가 자를 대고 북 찢어주던 그 버스티켓인데?????
여기서는 그때 그때 자를 대고 북 찢어주진 않았고, 그냥 찢어놓은 것을 쌓아놨다가 승객에게 하나하나 나눠주는 식인 것 같더라.
참고로 저건 찢어진 부분에 나온 15시 0분까지 유효한 티켓이다.
 
여튼 집에 와서 씻고 뭣 좀 먹으니까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지갑을 잃어버린 후부터 이 때까지는 패닉 그 자체였음.
 
약속된 시간보다 훨씬 일찍 웨스트 에드먼턴 몰에 다시 갔고,
돈이 없는 내가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예 없더라. 와 진짜 서러워서 원.
 

 
그래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주말이라 볼게 다채로웠던 것 같다.
위의 물개쇼는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유료석.
나처럼 다리에서 보거나 2층에서 보는 사람들은 무료구경.
 

 
주로 사람들이 피겨를 하던 아이스링크장은 꼬맹이들이 아이스하키 게임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아이스링크를 3등분하여 6팀이 리그를 하고 있었는데,
오후 늦게 경기장을 하나로 만들어서 저러고 있더라.
 
룰도 모르고 아이스하키에 관심도 없지만, 엄청 재밌게 봤다.
박진감이 넘치더라.
그리고 저기에서 포인트는 천장 광고판에 보이는 진선규의 얼굴.
와.. 티빙 시리즈 '몸값' 광고를 하고 있더라.
그러고보니까 재스퍼 파크 랏지에서 TV틀어놓고 있었는데, 드라마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몸값'을 소개하기도 했었지.
진짜 국뽕이 차오른다.
에드먼턴 한가운데서 진선규 얼굴을 보게될 줄이야.
 
여튼 오후 4시에 다행히 선독 버스를 찾아 기사님에게서 지갑을 받았고,
바로 돈 5불을 드렸다.
기사님이 괜찮다고 했었지만, 마이 그래티튜드라고 하며 드렸다. 진짜 너무 감사 ㅠㅠㅠㅠㅠㅠ
 
이렇게 나의 평온한 휴가는 마지막에 큰일날 뻔하면 마무리되었다.
 

 
오늘 진짜 일나가기 싫더라.
와아.... 5일을 놀았는데 어떻게 일을 하라는거야. 
 

 
맨날 가는 길인데, 이제 Jasper라는 이름은 나에게 좀 더 의미있게 다가오게 되어있지.
 
이걸로 진짜 끝.
다음 여행은 2024년 1월에 있을 대만이 될 것 같고,
그 때까지는 열심히 돈벌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