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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작품리뷰

[명작애니] '잔향의 테러(2014)' 일본의 양심적인 자화상.

아스라이39 2023. 12. 21.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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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에서 박스오피스 1위하는 작품은 '그 꽃이 피는 언덕에서, 그대와 다시 만날 수 있다면'이다.

현대 여고생이 2차대전 때로 타임슬립하여 가미카제 대원과 사랑에 빠진다... 라는,

설정만 봐도 지극히 우익적이고 과거미화에 열의를 둔 역사왜곡 작품이다.

더군다나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는 '서울의 봄'이 히트를 했다.

과거에 대한 현실직시와 주의, 반성 그리고 정확한 역사인식에 힘을 쏟는 우리의 모습과 비교하여 그들의 행태는 더욱 비참하게 보인다.

 

그럼 나는 지금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

당연하겠지만, 일본에도 일본 역사와 사회에 대해 반성과 주의를 주는 '양심적인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그걸 나는 최근에 감상했기 때문이다.

제목은 '잔향의 테러'. 2014년 작품으로 이제는 거의 10년 전에 방영한 작품이다.

 

 

10년이나 지난 작품이라지만 올드한 느낌 없는 웰메이드 작품이다.

작화도 좋고 스토리도 괜찮다.

재미는 있는데, 중간중간 보이는 여주인공의 트롤짓에 집중력이 깨지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 일본이 가진 문제점이나 시사점, 생각할 부분을 많이 줘서 명작이라고 칭해도 좋을 작품이다.

아 물론 일본에서는 흥행하진 못했지만,

서구권이나 한국에서는 상당히 호평하는 작품이다.

 

 

- 2인조 테러리스트의 등장

 

극의 시작은 테러리스트들이 어떤 것을 강탈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프닝에서 어떤 연구소에 침투하여 어떤 것을 강탈한 그들은,

작품 내내 일본에 테러를 벌이며 건물을 부수고 시민들을 위협에 빠트린다.

하지만 그런 큰 규모의 테러에도 죽는 사람은 없다.

이들과 대척점에 있는 '시바자키' 형사는 이들에게는 어떠한 목적이 있으리라고 판단하며 이들을 추격한다.

 

이들이 추구하던 Von의 의미는 최종화에서.

 

주인공 2인방은 딱히 이름없이 코드명마냥 나인(9)과 트웰브(12)로 불리운다.

이것은 이들이 어떠한 시설에서 나고 자라 특수한 목적으로 길러지며 얻게 된 코드명이다.

그 시설에서의 탈출. 몇년이 지나 테러리스트가 되어 돌아온다.

 

 

- 상냥한 테러리스트

 

이들의 행동은 테러다.

건물을 부수고 시민을 위협한다.

하지만 이들의 테러에서 사망자는 나오지 않는다.

 

특출난 능력으로 철저히 계산된 이들의 테러는 대중들을 위협하여 놀라게 할 뿐 그 이상은 없다.

다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사상자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하고,

자신들을 사칭하며 일어난 테러를 막기 위해 출동하기도 한다.

여러모로 이들의 행동은 테러를 넘어 어떠한 목적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암걸릴 것 같은 여주인공들

 

'잔향의 테러'에서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암걸릴 것 같은 여주인공'이다.

능력있는 시설출신의 2인조 테러리스트와는 달리 여주인공 '미시마 리사'의 비중은 나쁜쪽으로 존재감이 있다.

하는 일마다 폐를 끼치고 나인과 트웰브를 위험에 빠뜨린다.

행동 하나하나가 지뢰인 셈.

또한, 주인공들과 대척점에 있는 같은 시설출신의 '파이브(5)'도 나사가 하나 빠져있다. 보다보면 한대 쥐어박고 싶어짐.

 

암덩어리 2인방

 

 

다만 답답한 전개 때와는 다르게, 극의 막바지에서는 이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왜 그들이 등장했어야 했는지 느낌이 오더라.

 

실패한 피해자와 성공한 피해자의 말로.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목격자.

그들 모두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의문과 외로움.

그리고 서로에 대한 필요성, 공감, 위로와 같은게 아니었을까.

'잔향의 테러'에서의 흐름은 기관과 정부의 음모와 그들에 의해 희생되어야 했던 피해자들을 위한 진혼곡과도 같다.

 

 

- 우익에 대한 비판

 

인위적으로 유능한 인간을 만들겠다는 일본 정부의 연구는 실패로 돌아갔다.

금지된 약물의 복용하는 등 인체실험의 희생양이 된 아이들은 비극적인 말로를 맞이한다.

나인과 트웰브는 탈출했고, 남아있던 아이들은 파이브를 빼고 모두 사망.

게다가 남은 아이들 셋도 모두 시한부 인생이다.

 

일본 정부는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게 되었고, 이를 은폐했다.

'잔향의 테러'는 탈출한 피해자들이 그들에게 있었던 일을 알리기 위해,

은폐된 사실을 바로 세우기 위해 나름 온건하게 보복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를 기억해줘"

 

이들이 처음에 훔쳤던 물건은 '플루토늄'.

아직도 정신못차리고 핵무기를 연구하며 과거의 제국주의적 영광을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 일행의 마지막 테러는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테러.

성층권에서 폭발시키며 이 또한 비살상으로 일어났고, 이들의 이야기가 대외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굳이 핵폭발까지 갈 필요는 없었는데, 여튼 이야기가 여차여차 매끄럽지 않게 흘러가서 핵까지 폭발하게 되었다.

 

마지막 핵폭발까지 완벽했다.

우익이 판치는 일본에서 이 작품은 태생적으로 망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실제로도 일본에서의 흥행은 처참했고.

이에 서두에 일본의 과거 미화 작품의 흥행대한민국의 '서울의 봄' 흥행을 이야기하여 비교한 것이다.

 

이런 일본의 작태에도 이렇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일본인들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작품을,

그것도 재미있게 만들어서 방영한 제작사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더라.

 

분량도 얼마 안된다. 총 11화.

그렇게 시간을 오래 잡아먹지도 않고,

감상해도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니까 꼭 한번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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