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렇게 다 같이 가게 될 줄은 몰랐지.
일요일 저녁 나의 고용주 스티브에게서 내일 운전면허증 바꾸러 가자는 권유를 받았다.
질질 끌 것도 없이 나도 흔쾌히 수락했다.
근데 폴리랑 저지까지 다 같이 가게 될 줄은 몰랐지.
그리고 그렇게 길게 톰슨에서 체류할 줄도 몰랐지.
조잡한 증빙서류들로 다행히 운전면허증은 성공적으로 마니토바 면허증으로 바꿨다.
현재는 임시 면허증을 발급받은 상태이고, 몇주 내로 플라스틱 카드 면허증이 우편으로 날아오겠지.
근데 문제는..... 집에 돌아갈 방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톰슨까지는 차로 1시간 거리. 서울로 치면 강원도 원주와 맞닿는 여주까지 가는 거리다. 결코 짧은 거리는 아니다.
게다가 폴리랑 저지는 그들만의 장소에서 시간을 때우는 것 같고,
차를 운전해준 스티브는 톰슨에 있는 사업처에서 저녁 6시까지 일한다.
.....
망할.
이래서 차가 있어야 된다니까 ㅠㅠㅠ
여튼! 오랜만에 문화탐방을 했다.
톰슨이 아무리 조그마한 곳이라지만, 갖출 것은 갖춘 편의로운 곳이다.
물론 이 겨울의 도시가 황량하기 그지 없다는 점에서는 반박할 수 없다.
무려 맥도날드에 왔다.
사실 난 10년전 처칠로 가는 길에 이곳에 온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기억은 안나지만, 그 때 처칠로 향하는 기차는 톰슨에서 한동안 멈춰섰었고,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맥도날드로 몰려갈 때 따라 갔었다.
당시 맥도날드 안에는 인도계 직원들이 많아서 인상깊었는데, 지금은 인도계가 많이 없네.
딱히 맥도날드 버거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문화의 혜택을 누리랴.
프라이도 푸틴으로 업그레이드시켜서 먹었다.
콜라도 라지로 먹었다.
...
셋다 지금 일하는 데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었다.
돈아깝다.
월마트에 가서 세면도구와 바지도 샀다.
감사하게도 이 날 첫 페이체크를 받아서 돈 쓰는데에 죄책감이 없었다.
하지만 면허증을 바꾸고, 식사를 하고, 장을 봤는데도 1시도 안된 시간....
있을 곳이 없어서 스티브가 일하는 곳의 휴게실에서 죽치고 있었다.
망할 이렇게 오래 있을 줄 알았으면 외장배터리라도 가지고 오는건데, 난 그냥 면허증만 바꾸고 돌아올 줄 알았지;;;; 네다섯시간을 그냥 멍때리고 있느라 고생했다.
톰슨은 확실히 위니펙과 다른 점이 많더라.
길가에 약에 쩐건지 술에 쩐건지 불량하게 생긴 무리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월마트에는 가방을 가지고 들어오지 못한다는 문구가 문에 적혀있었다.
그리고 비닐봉지도 없더라. 막 가져가서 그런건가.
여튼 꽤 강해보이는 동네였다.
톰슨에 자주 올 것 같진 않다.
그건 여기 치안이 불안정해보여서가 아니다.
이상한 무리들이 어슬렁거리지만 딱히 위협적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코로나가 창궐한 이 때에 동양의 조그마한 남자 하나가 돌아다니는데도 아무도 욕지거리를 처박진 않았으니까.
내가 여기 자주 올 것 같지 않은 이유는 딱히 매력적이지 않아서이다.
식사야 뭐 지금 일하는 데서 먹는 식사가 돈도 안들고 맛있고 좋다.
생필품이야 필요하겠지만, 몇달에 한번씩 사도 괜찮을 것 같고.
굳이 문화의 혜택이랍시고 맥도날드나 KFC에 가서 돈낭비하고 싶지도 않다. 거듭 말하지만 근무지에서 먹는 식사가 꽤 괜찮다.
뭐 10년만의 방문이라 생각하고 그냥 톰슨은 추억으로 남기며 잊을란다.
흠...
기회가 있다면 처칠이나 한번 가보고 싶은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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