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모어는 나에게 있어서 굉장히 뜻깊은 곳이다.
2011년 캐나다로 워홀을 와서 첫 해외생활을 하던 중, 문제가 많던 밴쿠버 생활에서 벗어나 이동한 곳이 캔모어였다.
그리고 여름 성수기의 로키산맥에서 풍부한 행복을 누리며..... 라고 하기에는 개 빡센 생활을 했지만 그래도 근사한 석달을 보냈음은 틀림없던 추억이 깃든 곳이다.
한국에서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워홀을 하러 돌아다닌 것도 캔모어 생활에서의 영향이 크며,
내가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 하우스키핑의 첫 시작점이 캔모어 헐리데이 인이었다.
오늘 내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준 그곳에 다녀왔다.
밴프에서 3번 버스를 타면 캔모어로 갈 수 있다.
오전 이른 시간이라 출퇴근 승객이 많아서 그런지 버스가 30분 간격으로 다니던데,
정작 탑승하는 인원은 별로 없었다.
가격은 편도 6불. 왕복 12불. 데이패스 15불.
2불짜리 동전 세개를 돈통에 넣고 로키산맥의 근사한 풍경을 보며 캔모어로 향했다.
오랜만에 온 캔모어.
처음엔 서먹서먹 낯설었지만 바로 예전의 느낌이 돌아왔다.
바뀐 부분이 없는 듯 하면서도 많더라.
13년 전 캔모어는 밴프쪽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베드타운 정도의 역할만 했는데,
지금은 많이 관광화되어 관광객들도 많고 이것저것 관광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었다.
캔모어 타운 한가운데 도로는 차가 못들어오게 바리게이트가 쳐져있던데, 한시적으로 이런건지 영영 차를 안들여보내는건진 모르겠다.
여튼 예전에는 이런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냥 사람 사는 동네였으니까.
이런 것도 있던데 사람들이 여기서 사진 많이 찍더라.
사실 밴프와 캔모어를 오가는 버스가 운행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변화였다.
예전에는 그런거 없이 캔모어 시내를 돌아다니거나 밴프로 가고 싶으면 택시를 불렀어야 했다.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을 단 하나의 택시가 도맡았었다......라고 기억하는데 맞겠지??
여튼 이제는 위의 사진에서처럼 캔모어 내를 돌아다니는 버스도 있던데 무려 무료로 운행되고 있었다.
무료 버스를 타고 예전에 살았던 스태프 숙소도 찾아가봄.
지금은 누군가의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겠지만, 여긴 캔모어 헐리데이 인의 숙소였다.
지금은 그 헐리데이 인조차도 사라졌지만.
와 이렇게 무료 버스가 지원됐다면 예전에 여기서 일했을 때 출퇴근만큼은 편하게 했을텐데.
그 때 편도 30~40분 걸리는 거리를 걸어다니느라 고생 많이 했지.
나중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긴 했는데, 출퇴근길이 쭉 경사길이라 출근할 땐 좋았고 퇴근할 땐 지옥같았지.
이제는 다 옛날 이야기다.
캔모어에 살 때 항상 우리를 굽어보던 쓰리 시스터즈 봉우리.
옛 출근길을 따라 타운방면으로 걸어가본다.
맞아. 이런 곳도 있었어. 항상 메말랐던 개울가.
문득 느꼈는데, 밴프보다 캔모어가 더 예쁘다는 생각이 들더라.
캔모어는 국립공원 부지 내에 위치하고 있지 않아서 이것저것 인프라도 더 잘 구축되어 있고.
여건만 된다면 캔모어에서 다시 살고 싶구나.
아 여기는 고속도로 옆 샛길인데, 좌측 멀리 보니까 여기도 뭔 길을 내는 공사를 하고 있나보더라.
여기 5월 말 6월 초에 민들레 꽃이 사방팔방으로 피어서 엄청 아름다워진다.
그것을 보기 위해서라도 내년 5~6월에 여길 다시 한번 방문하려 한다.
투잡을 뛰며 잠깐씩 일했었던 A&W와 모텔.
저기 모텔은 이름도 바뀌고 디자인도 바꼈던데 A&W는 예전 그대로더라.
그 때 딱 1주일만 일하고 추노해놓고선 돈내놓으라고 했었는데 와아.... 진짜 무개념 그 자체. 점장이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근데 그 때의 나는 진짜 돈도 쪼들리고 절박해서 그런거 따질 정신이 아니었다.
캔모어 다리쪽 크릭.
여기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아무것도 안바뀌고 그 때 그 당시 그 모습 그대로 있더라.
아, 그리고 다시 온 캔모어에서는 자전거 탑승을 장려하는지 어딜 가든 자전거 도로가 잘 구비되어 있었다.
그것 역시 달라진 부분임.
예전에는 자전거로 도로를 타고 다녔는데. 음..... 하긴 그것도 낭만이 있었지.
출근길 도로에서 브레이크 안밟고 목숨걸고 내리막길을 내달릴 때 진짜 개 쩔었는데.
무려 한국식 BBQ치킨으로 점심을 먹고, 은행 업무와 쇼핑을 한 후 밴프로 돌아왔다.
치킨. 맛있긴 했는데, 약간 현지화된 맛이라 좀 아쉽더라.
직원도 친절했고, 날이 날인지라 돈도 많이 쓸 각오로 간거라 아깝거나하진 않은데, 다시 갈 것 같진 않다.
이렇게 캔모어 당일치기 끝.
음... 다녀온 소감으로는....
캔모어 자체를 잘 갈 것 같지가 않다. 굳이 갈 필요성을 못느낌.
예쁜 동네긴 하지만, 밴프 역시 뭐 충분히 예쁜 동네고.
아예 가서 사는거라면 모르겠지만, 굳이 자주 방문하진 않을 듯.
그냥 오늘 하루 추억을 되돌아보며 둘러본 것으로 만족하련다.
즐겁고 뜻깊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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